본문 바로가기

잡담

"근기"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기업에서 쓰는 비표준어

반응형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에 이 단어를 검색해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아마도 당신의 회사에서 이 표현을 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근기라는 표현은 은행, 관공서나 공공기관, 일부 대기업 내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문맥상 큰 의문 없이 단어를 이해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이자 산출 근기" 등으로 쓰이는데, 뭔가 '근거'의 오타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근거 기준' 내지는 '근거 기록' 등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근기의 의미는?

그렇다면 이 근기라는 표현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이고 한자로는 어떻게 적는가?

 

정답은 없다. 의외로 이 말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고 출처조차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단어이다. 회사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근거 기록? 뭐 그런거 아닐까?" 정도로 우리도 혼자 유추할 수 있는 정도로만 얘기해줄 뿐 누구도 명확히 말하지 못한다.

 

국립국어원에서도 관련 문의가 있었는데 딱히 근거가 없는 단어라고 '근거'로 표현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서도 정부 부처에서 쓰이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알맞은 표현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말이 일본어에서 온 번역체가 아닐까 추측을 한다. 하지만 근기의 한자표현일 것으로 추정되는 根記(뿌리 근, 기록할 기), 根基(뿌리 근, 터 기) 등은 일본어 사전이나 중국어 사전을 찾아봐도 흔히 쓰이는 말은 아님을 알 수 있고 우리가 쓰는 의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어) 굳이 해석을 하자면 "foundation", "base" 정도인데, 국내에서 쓰이는 의미랑은 조금 다르다. "기반" "밑거름" 정도의 의미

 

(일본어) 수학의 환론에서 '콩기(근기)'라는 표현이 쓰인다. 한국어에서도 수학용어로 쓰이긴 한다. 우리가 아는 의미와는 다르다.

 

현재는 많은 기업들이 이 단어를 쓰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관공서에서도 보고서에서 이 표현을 더이상 쓰지 않으며 은행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은행 전산 단말에서도 차츰 수정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표준 용어처럼 쓰는 기업들이 있음도 확인하였다.

 

근기의 순화 표현은?

이 또한 쉽지 않다. 쓰이는 문맥마다 다른데, '근거'로 순화해도 괜찮은 문맥이 있는가 하면 '근거 기록'이라고 해야 그나마 의미가 맞는 경우 '근거 기준'이라고 해야 의미가 맞는 경우 등으로 나뉜다. 즉 일괄적으로 바꿔 버리면 문맥상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다. 

 

부동산계산기.com 이라는 사이트에서도 "계산 근기"라는 은행스러운 표현을 쓰고 있었는데 여러번 지적이 되었는지 최근에 "계산결과 해설"이라는 순화된 표현으로 변경되었다.

 

http://부동산계산기.com/ (before)
http://부동산계산기.com/ (after)

 

너무 급하게 바꿀 필요는 없다. 한자로 단어를 조합해 쓰는 한국 문어 표현의 특징상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의미가 통용되니깐. 하지만 '이거 오타 아냐?' '정확한 의미가 뭐야?'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표현을 계속 사용할 필요는 없다. 순화를 해봐야 '근거', '기준', '해설', '기록' 등의 한자어로 순화된다는게 아쉽기도 하다. 좋은 순수 한국어 표현을 제시해주고 싶지만 떠오르지가 않는다.

(좋은 표현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하자!)

 

여하튼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어, 비표준 표현은 빨리 고쳐나가도록 하자.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부터 이 표현을 쓰지 않거나 쓰지 않도록 회사에 전파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