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 시험·제도 정보

정보관리기술사 6개월 단기 합격 후기 및 전략

공부하는기술사 2021. 9. 27. 16:26
반응형

1. 사전 경험

독학을 할지 학원을 다닐 지 파악하기 위해 아무 준비 없이 기술사 시험을 치러 가보았다. 나름 IT분야의 여러 자격증을 따고 취미로 기술 블로그도 운영하는 공부쟁이였지만 정의를 명확히 할 수 있는 토픽이 몇개 없음에 놀랐다. 개념 정도는 안다 한들 답안지에 그냥 줄글로 3~4줄 쓰고 달리 뭘 써야 될지 모르겠어서 분위기만 구경했다.

 

반면, 스카치테이프로 휴지·타이머를 책상에 붙이고 신기하게 생긴 템플릿 자를 꺼내들고 시험 시간 내내 쉴 새 없이 답안지에 그림과 표를 꽉꽉 채우는 수험자들을 보면서, 이 시험은 내가 여태 독학으로 취득해왔던 다른 시험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술사 시험이 어떤 거지? 할만한가? 라는 의문이 든다면 집에서 기출 문제만 찾아볼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그 분위기를 느껴 보시는 것을 강추한다. 주변에서 "형 기술사 따고 활동하는 거 보니깐 부럽던데 나도 할 수 있을까? 공부 할만 해?"라고 묻는다면 일단 시험 한번 쳐보고 온 다음 이야기 하자고 한다. 기술고시 정도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전에 준비했던 객관식, 단답식 시험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 후에 이를 어떻게 공략해 나갈지 설명을 해 줘야 한다.

 

 

2. 학원 수강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대학교 수능부터 모든 자격증을 독학으로 해왔던 독학파라 공부하는 방법만 익히자는 생각으로 가장 가깝고 가성비 좋은 학원을 선택했다. 그리고 기술사 학원 특성상 비싼 학원일수록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하는 경향이 있기에 자유로운 면학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좀 덜 가르치고 덜 받는" 학원이 더 좋았던 것이다.

 

학원에 따라서 평일반, 주말반이 있는데 평일반은 주중 3~5번 저녁 7~10시까지 수업을 하고 주말반은 토요일 또는 일요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한다. 그런데 좀 빡센 학원이면 자습 프로그램, 토론 프로그램 등이 있어서 정해진 수업보다 더 많이 한다. 평일반임에도 주말에 보조 수업을 하고, 주말반이 5시에 끝나야 함에도 10시까지 자습을 시키는 등 학원마다 차이가 크다. 시험이 임박했을 땐 합숙 캠프를 운영하기도 한다(!)

 

난 혼자 공부하는 것이 익숙하였기에 토요일에 하루만 수업을 듣고 별도의 토론·자습 프로그램은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수업 날에만 수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중에 여러가지 과제가 나가게 되는데 매주 빠짐 없이 모든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였다. 그리고 공부를 시켜주는 활동이 아닌 지식을 전달해주는 특강(논문 특강, 기출 풀이 특강)이나 실전 연습을 시켜주는 모의고사 등은 빠지지 않고 출석했고 다른 학원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는 본인의 학습스타일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 누군가가 시켜주면 그대로 잘 따라가는 스타일이라면 빡센 학원에서 하라는 모든걸 착실히 이행하면 된다. 실제 단기 합격자 중에선 나 같은 독학 스타일 보단 학원의 프로그램을 착실히 잘 따라가는 사람이 더 많다.

 

학원 추전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학원의 도움을 크게 받거나 여러 학원을 다녀 본 것이 아니라 추천은 힘들다. 여기 위키를 참고하여, 가격·위치등을 감안해서 정하는 것을 권장드린다. 개인적으론 가까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가야하기 때문에 학원이 거리가 멀어버리면 중도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3. 교재

학원에 가면 두꺼운 교재들을 준다. 우리가 흔히 컴퓨터 공학의 기본 과목이라 부르는 알고리즘, 자료구조, 네트워크 등 부터 경영, 법·정책, 신기술 서비스 까지. 범위가 정말 넓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또 모든 강사나 멘토들이 말하는 것이 "교재는 별로 볼 일이 없어요."라는 건데, 사실이다. 나도 멋모르고 공부 많이하겠다고 인터넷으로 몇개 없는 기술사 교재 중 한 세트를 사봤는데 거의 볼 일이 없었다. 여러 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 내용은 다 유사하다. 돌고 도는 기출문제 기반의 토픽 정리집이기 때문에 많다고 좋을 것은 딱히 없다.

 

기출문제는 문제은행 사이트에 가면 다 있고, 토픽들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도 IT위키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자료를 가지고 있냐가 아니라 어떻게 필요한만큼 이해하고, 외우고, 그것을 기반으로 답안지를 작성하느냐 하는 학습과 훈련이 중요한 것이다.

 

기술사 교재보단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테스트 실무, 알고리즘, 자료구조와 같은 본인이 약하거나 생소한 분야의 교본을 사게 될 것이다. 기술사용 교재라는 것이 다 답안지에 최적화된 요약집이라 단순히 암기 가능한 토픽에선 빛을 발하지만 이해가 필요한 토픽들은 기술사 교재로는 득도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보안과 관련된 토픽이 너무 손에 익지 않는다면 보안을 쉽게 풀어 놓은 개론책이라도 쭉 읽어 보는게 필요하다.

 

4. 멘토링, 답안 작성

멘토링은 공부법을 가르쳐줌과 동시에 답안지 작성법을 컨설팅해주는 과정이다. 기술사 학원의 주된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엔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답안지를 구성하고 14장의 A4용지를 가득 채우는지 신기하기만 했는데 이것도 결국 요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멘토링에선 문제를 보았을 때 빠르게 목차를 잡고, 머리속으로 답안지 구성을 기획하고, 빠르게 써내려 가면서 미흡한 부분은 어떻게 임기응변으로 채워 나가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토픽별로 얼마의 시간과 지면을 할당해야 하는지, 어떻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필요한 내용만을 요약해서 적는지 등의 요령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한두 달 쯤 훈련을 받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분만에 12페이지 정도는 채울 수 있게 된다. 기술사 공부를 가장 많이 포기하는 시기도 이 시작 후 한두 달 정도의 기간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공부에 속도가 붙는 것도 이 시기 이후이다.

 

처음부터 답안지가 안 써진다고 미리 포기하지 말자! 첫 계단이 힘들다. 첫 계단만 올라가면 그 이후의 계단식 상승은 매우 빠르다. 그리고 첫 계단에 누가 일찍 올라가느냐랑 그 이후에 누가 빨리 올라가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5. 공부 시간

보통 평일 4시간, 주말 10시간 목표로 잡는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목표는 약 70~80% 정도 지켜진 듯 하다. 현실적으로 야근, 약속 등으로 공부를 아예 패스하는 날 까지 감안하면 평일 평균 3시간, 주말 7~8시간 정도 공부하지 않았나 싶다. 평일에 간단히 저녁을 먹고 바로 카페로 가서 11시 정도까지 공부를 하고 오는 것이 일과였다. 출근 거리가 짧아 출퇴근 시간은 활용하지 못하였고 회사 점심시간 때 약속이 없는 날이면 한적한 카페로 가서 40~50분이라도 집중해서 암기노트를 외우고 왔다.

 

토요일은 수업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고, 수업 중에 약 100분간은 한 교시 분량의 모의고사를 치르므로 매우 진이 빠진다. 멘토님께 답안지 지적을 받으며 멘탈이 탈탈 털리는 건 덤이다. 수업 시간만으로도 목표시간인 10시간 중 7시간 가량을 채우므로, 집에서 간단히 복습만 하고 쉬었다. 일요일은 집에서 5~6시간, 카페에서 5~6시간 정도 공부하였다.

 

일별, 주별, 월별 달성도를 추적하며 최대한 목표에 근접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지만 간단하게 엑셀 도구를 만들어서 공부량 관리를 하기도 한다. 엑셀 도구까지 만들지 않더라도 이번주에 많이 못했으면 다음주에 더 많이 하는 등 절대량을 어느정도 채워야 한다. 결국 암기가 80%인 시험인 만큼 성공율은 시간 투자에 비례한다. 

 

처음부터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기 보단 좀 빡세게 정해놓고 최대한 따라가려고 애써보자.

 

6. 공부 방법

암기노트 위주

서브노트가 무엇이고 암기노트가 무엇인지는 별도 글에서 정리하였다. 난 서브노트는 학원 교재, IT위키, 선배 멘토님들의 서브노트 등으로 대체했다. 대신 그 자료들에 있는 토픽들을 훑으며 토픽 하나하나를 요약해서 암기노트로 만들어 넣었다. 그리고 암기노트를 100% 암기하고, 내가 암기한 내용의 디테일을 확인할 때만 서브노트 등을 참고했다.

 

또한 내가 공부하는 기간 동안 과기부, 행안부 등에서 나오는 보도자료와 KISA, NIPA, IITP, TTA 등의 기관에서 나오는 보고서들을 모두 암기노트에 넣었다. 암기노트는 출력은 하지 않았고 구글 스프레드시트나 퀴즐렛에 넣어두고 암기를 하였다. 막판엔 기술사용 암기노트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게이미피케이션, 빡빡이

살면서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많지 않았다. 학창시절부터 세미나 기념품 등으로 받았던 볼펜이 수십 자루 있었는데 그걸 다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글씨가 워낙 악필이고 필력도 딸려서 이번 기회에 에를 개선시키고자 모든 공부는 쓰면서 했다.

 

학원에서 모의고사 등을 치다가 답안지가 남으면 다 받아왔다. 집에 프린터도 없는데 괜히 있는 A4용지 한 묶음, 쓰다 만 노트들을 다 꺼냈다. 학원에서 약 200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철해주는 답안 연습지도 2권이나 받아 왔다. 이 모든 종이를 다 쓰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매일매일 펜과 종이를 소모해내는 것을 단기적인 목표처럼 빡빡이를 써내려갔다. 어차피 암기도 해야 하고, 필력도 길러야 하니 이런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7. 기타

펜 선정

펜은 처음엔 정해두지 않고 이것저것 다 썼다. 위에 언급했듯이 집에 있는 펜을 다 쓰겠다는 초기 목표도 있었고, 악필을 고쳐야겠다는 마인드도 있어서 어떤 펜으로든 글씨를 잘 쓸 수 있길 바랬던 것이다. 다들 펜을 정하라고 하셔서 막판엔 스테들러 파인라이너로 정했다. 펜에 대한 고찰은 별도로 포스팅하였으니 참고하자.

 

사회생활

연애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고, 개인적인 친목 모임 등도 모두 중단했다. 야근·회식, 결혼식 등 경조사 참석은 최소화했지만 회사에 공부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필요한 선에선 참여를 했다. 다소 애매한 관계의, 먼 거리의 결혼식도 가끔 참석 했는데 이는 한번씩 기분 전환 겸 바람을 쐬기 위한 것도 있었고 일정 압박으로 조바심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 이동할 땐 항상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서 암기노트를 꺼내들었고, 식 보고 식사를 하는 약 1시간 정도 외에는 대기 시간이든 이동 시간이든 어떻게든 공부를 하려고 애썼다.

 

공부 기간

기본반 등록부터, 최종 합격 발표가 나기까지 딱 1년이 걸렸다. 주변에선 6개월 단기 합격자라고 하는데 이는 필기공부시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공부 기간에 대해선 별도로 포스팅하였다.

반응형